* 영화 음양사 : 청아집 속 청명과 박아의 이야기입니다. 수호주에 이어집니다. "잘 가게." 아쉬움을 입 밖으로 내뱉는 법은 알 지 못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그랬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이다. 박아의 삶은 온통 순응 그리고 끝없는 인내의 연속이었다. 여우요괴의 손에 어미를 잃은 기억은 감정을 눌러 숨기는 법을 터득케 했다. 거듭할 수록 어...
* 영화 음양사 : 청아집 속 청명과 박아의 이야기입니다. 귀빈을 모시는 내실 안의 약향이 은은하다. 나무 주렴이 부딪치어 내는 조그만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공기는 고요했다. 가장 안쪽까지 곧장 걸어와 탁자 위에 수반과 깨끗이 소독하여 햇볕에 말린 헝겊을 내려둔다. 침상 옆에 놓인 간이 의자를 당겨와 앉은 이가 조심스런 손길로 누운 이의 앞섶을 헤치기...
05. 한 잔을 더 권하는 손을 은근히 내밀어진 소맷단이 막아섰다. 훤칠한 미간에 불쾌함을 담은 주름이 지려는 순간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이야기를 듣고자 저를 부르셨지요. 취기에 말을 함부로 하여 공자의 노여움을 사고 싶진 않으니 부디 아까운 술을 거두어주십시오." 서생이 되려 술병을 가져가는 것을 예왕은 그대로 두었다. 강압적으로 권할수도 있...
04. 술시의 초입에 들어서자 해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어둑어둑한 밤의 기운이 랑주 진령의 하늘을 뒤덮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는 조용했고 골목 골목 자리잡은 저택에 점점이 초롱불이 들어섰다. 자죽호 또한 은은한 어둠에 휘감겼다. 처마 아래로 길게 늘어진 호롱등에 어린 여아가 불을 놓자 밤바람이 불어 난간 위에 드리워진 음영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단재...
03. 단재영은 미동 없이 정좌해 있었으나 종종 조심스런 얼굴로 예왕의 기색을 살폈다. 예왕은 진령에 온 후로 매일같이 되풀이하는 일과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느긋이 차를 음미하며 한가로이 창 밖의 절경을 바라보는 얼굴은 고요했으나 내리깐 눈은 일견 수심에 잠긴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때 기다란 눈꼬리 끝에 자리잡았던 고민의 기운이 사라졌다. 희미...
02. "그래도 오랜만에 뵙는 것인데 안에서 맞이하기가 그래서 나왔습니다." 예왕은 곁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걷는 서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8년의 세월이 무색했다. 갓 약관을 넘겼던 그 시절 아마도 두 사람은 지금보다는 좀 더 앳된 얼굴을 한 채 다소 치기어린 행동들을 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예왕의 기억 속에서 서생은 언제나 침착했고 때로는 분할 정...
01. 짙은 눈썹이 꿈틀했다. 옅은 미소를 띠운 입술의 한 쪽 끝에 좀 더 가파른 경사가 생겨났다. 눈 앞의 풍경을 비웃는 듯도 흥미로워 하는 듯도 한 얼굴의 사내는 곧게 선 건장한 몸과 수려한 옥면을 지녔다. 그의 얇은 입술은 희미한 미소를 띠었으나 내리깐 기다란 속눈썹 아래 자리한 눈동자에는 온기가 없었다. "기대한만큼 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갑작스...
A5, 378p, 전 1권 (완) 소장본 특전 외전 (+) 70p
@lazarek8, 보고 싶은 걸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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